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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생활

추억의 돈가스

by 땡땡동산 2022. 12.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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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는?

처음 돈가스를 먹은 때가 중학교 즈음으로 기억한다. 시장의 작은 식당에서 엄마가 사주셨다. 시골이라 한 시간 정도를 걸어서 초등학교를 다니다가 중학생이 되어 버스를 타고 다녔다. 버스로 30분 정도에 있던 학교는 큰 시장이 있는 곳에 있었다.  5일장이 열리면 많은 사람들이 나와 번잡했던 기억이 있다. 가끔 엄마와 시장에 와서 물건을 사고 밥도 먹곤 했다. 길을 잃지 않도록 엄마손을 꼭 잡고 다녔다. 분주하게 시장을 왔다 갔다 하시던 엄마를 따라다니다 허기가 져서 투덜거리면 밥을 사주셨다. 지금도 그때의 기억이 나면서 아련해진다. 지금 엄마는 팔순을 훨씬 지난 왕할머니가 되셨다. 다리도 불편하셔서 걷는 것도 불편하시다. 시장 속을 휘젓고 다니시는 모습이 떠오르면 흐르는 시간이 아쉽고 야속하게 느껴진다. 

한국의 돈가스와 일본의 돈가스는 확실히 다르다. 나는 익숙하게 먹던 한국식 돈가스를 좋아한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먹을 수가 없다. 파는 가게가 없기 때문이다. 아니면 아직 찾지 못한 것일 수도 있다. 돈가스의 묘미는 소스이다. 입맛에 맞는 소스를 찾아서 친구들과 이곳저곳을 다녔던 기억도 난다. 그때 우리들의 최고의 사치가 경양식 레스토랑에 가서 음식을 먹으면서 수다를 떠는 것이었다. 중고생들에게는 분식집에서 파는 돈가스가  최고로 인기 있는 음식이기도 했다. 

얇게 썰어 빵가루를 입혀서 튀긴 다음 소스를 부어서 먹는 것이 한국식 돈가스라면 일본은 도톰하게 자른 고기에 빵가루를 입혀서 튀긴 다음 소스에 찍어 먹는다. 고기종류를 좋아하지 않는 나는 한국식 돈가스가 입에 맞는다.  지금은 다양한 종류의 돈가스가 있어서 골라먹을 수 있지만 옛날에는 단순했다. 돈가스와 히레가스 둘 중 하나였다. 금방 튀긴 돈가스에 따끈한 소스를 부어서 먹었던 기억이 입맛을 다시게 한다. 가끔은 집에서 돈가스를 만들기도 하지만 한국에서 먹었던 것처럼 소스를 만들지는 않는다. 슈퍼에서 판매하는 소스를 사 와서 간단하게 찍어 먹는다. 아이들도 한국의 경양식 돈가스를 먹어보지 않아서 소스에 찍어서 먹는다. 식사를 준비하다 보면 문득 옛 추억이 떠오를 때가 있다. 향수병처럼 그리움이 밀려들어온다. 나보다 더 오랫동안 외국생활을 하고 있는 분들은 이런 때에 어떻게 보내셨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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