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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생활

언어가 주는 공감대

by 땡땡동산 2022. 12.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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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를 배운 딸들

일본에 한류붐이 계속되고 있어서 우리 아이들도 한국문화를 다양하게 접하고 있다. 그중에 드라마에 빠진 딸이 대학에서 제2외국어로 한국어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집에서 드라마를 보다가 궁금한 것이 있으면 와서 묻곤 하더니 어느 날 좀 더 편하게 한국문화를 접하고 싶다면서 제2외국어로 한국어를 한다는 것이다. 엄마 입장에서는 이유가 어떻튼 한국어를 스스로 배운다고 하는데 대환영이었다. 그 후로 집에서 하고 있던 한국어와 더불어 대학에서 공부를 하더니 불이 제대로 붙어서 일취월장을 했다. 젊은 머리라서 그런가 흡수력이 뛰어났다. 듣는 것은 드라마를 통해서 익숙해지도록 열심이었다. 가족이 한국어를 조금씩 할 수 있어서 아는 단어를 사용해 자기표현을 하기 시작했다. 대학에서도 발음이 좋다고 칭찬을 받고 엄청 좋아했다. 예전에는 한국드라마를 볼 때는 일본 자막이 있어야 이해를 했었는데 지금은 한국자막을 보면서 듣는 단어가 자기가 알고 있는 것과 같은 지를 확인하는 용도로 보고 있다. 한국어를 제대로 배우고 있어서인지 어느 날은 한국 드라마를 보다가 한국어 자막이 자기가 알고 있는 의미와 다르게 번역되어 있는 것을 발견하기도 했다. 기특하고 감사하다.

나의 남편이 한국어를 잘하는 사람이라서 내가 일본어를 배우는 것이 늦어졌다. 처음에는 편했지만 살게 되면서 바보같은 짓을 했다고 많이 반성한 부분이다. 그래서 일본으로 이사를 와서 생활하면서 한국어를 사용하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싫다고 했지만 엄마가 한국사람이니까 너희들이 받아들여야 하는 부분이라고 설득하고 계속 사용했다. 나중에 친구들이 엄마가 한국사람이면 너에게 한국어를 할 줄 아냐고 물을 것이라고 그때 엄마가 한국사람인데 한국어도 못하냐고 한다면 창피할 수 있으니까 지금 힘들어도 계속 사용해보자고 이야기했다.  아이들이 점점 일본생활에 익숙해져서 한국어를 잊어버리게 되는 것이 느껴져 마음은 씁쓸했지만 환경이 이렇다 보니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받아들이면서 집에서는 한국어를 계속해서 사용했다. 결과적으로 이야기하자면 듣는 것은 잘 되는 편이다. 어려운 단어가 나오면 이해력이 떨어지지만 생활적인 면에서는 부족하지 않았다. 성장한 아이들이 집에서 한류문화를 이야기하고 한국음식을 이야기하는 모습을 볼 때 끝까지 고집을 부린 것에 위로를 했다. 

일본에 사는 한국엄마들이 나이가 들면서 후회하는 것중에 하나가 한국어를 가르치지 않은 것이다. 이것은 결코 간단하지가 않다. 주어진 환경에서 치열하게 살다 보면 놓치는 부분이다. 엄마도 적응을 해야 하고 아이들도 돌봐야 하는 생활에서 모르는 한국어를 아이에게 계속해서 하는 것은 보통은 어렵다. 특히 부부가 협조를 하지 않는 상황으로 엄마가 전체를 가르쳐야 한다면 더 어렵다. 몇몇 엄마들은 본인이 아이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인식하고 주위에서 한국어 선생을 하는 한국사람에게 부탁하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해서라도 한국어를 가르친 엄마들은 성장한 아이와 한국에 대한 이야기하는 것에 만족하는 편이다. 그때 한국어를 가르친 것은 자기가 한 일 중에 잘한 일이라고 칭찬해주고 싶다면서 농담을 하기도 한다. 

확실히 젊었을 때는 몰랐던 것이 나이가 들면 점점 고향에 대한 향수가 깊어진다는 것이다. 나도 젊었을 때는 뭐든 자신있었던 것 같다. 한국이든 외국이든 사람 사는 것이 거기서 거기 아닌가 하는 생각으로 열심히 살았던 것 같다. 지금에 와서 고향에 대한 생각들을 아이들에게 알려주면서 엄마는 이러했다고 이야기를 한다. 아이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가끔 드라마에서 봤다면서 공감을 해줄 때가 있어서 기쁘다. 별일 아닌 이야기이지만 같은 것을 느낀다는 것이 기쁜 것 같다. 또 딸이  한국식품을 판매하는 매장을 지나가다가 샀다면서 약과나 뻥튀기 같은 과자를 사 올 때가 있다. 한국드라마에서 봤다면서 엄마도 좋아하는 것 아니냐고 한다.  이래저래 한국문화를 접한 딸들이 엄마를 위한 배려를 해주는 것이 고맙고 이런 작은 것들에 감사한다. 가족이 함께 한국에 대한 문화나 음식 등을 공유할 수 있는 것은 행복이다. 오늘은 어느 한국식당에 가서 식사를 하자던가, 한국음식 무엇을 해달라던가, 어디서 한국문화 행사가 있다던가, 하는 이야기는 가끔이라도 듣게 되면 반가운 웃음이 지어지게 하는 무언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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