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섬생활

짜장면 병

by 땡땡동산 2022. 12. 11.
반응형

옛날 옛날에

우리가 한국에 살 때 남편이 지인의 이사를 도와주러 간 적이 있다. 도와주고 돌아온 남편이 "왜 한국은 이사하는 날 짜장면을 먹는 거야"라고 물었다. "왤까요?" 

이사하는 날은 번거롭고 복잡하기도 하고 도와준 사람에게 대접을 해야 하는 한국의 습성상 간단하고 빨리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었고, 옛날에는 중국집만큼 빠르게 배달되는 곳이 없었다는 것이다. 무슨 특별한 이유보다 환경이 그랬었는데 지금까지 내려져 오고 있다는 것이다. 왠지 이사하는 날 짜장면과 탕수육을 안 먹으면 이사가 안 끝난 것 같은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일본에 살면서도 가끔 그때 일을 이야기하며 웃곤 한다.

일본에 와서 몇 년을 살다 보니 향수 음식으로 김치보다 짜장면과 양념치킨이 생각날 때가 있다. 일본은 면요리의 천국이라고 할 정도로 면요리가 많은 데도 짜장면만큼 맛있지 않다. 나뿐만의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텔레비전에서 짜장면이 나오면 군침이 돌곤 한다. 아이들도 짜장면 맛을 알아서 인스턴트 라면을 끓여주면 맛있게 먹는다. 그리고 가끔 춘장을 구입해서 집에서 짜장 소스를 만들기도 하는데 집에서 하는 것은 사서 먹는 맛이 나지 않는다. 집에서 만들어 본 사람들은 이 기분을 조금은 이해할 것이다. 가족들도 맛이 다르다고 하면서 먹는다.

한국사람들이 모이는 장소에 가끔 갈 때면 한국음식 가게에 대한 정보를 다양하게 들을 수 있다. "어디는 뭐가 맛있더라" "한국하고 맛이 똑같더라"라든지 이야기를 하기도 하는데 짜장면이 배달이 안 되는 것이 제일 아쉽다고 이야기하고 있었다. 사람마다 입맛이 달라서 차이가 있겠지만 짜장면에 대한 입맛은 비슷한 것 같다. 소개해준 곳을 어렵게 가보면 향수를 달랠 수 있는 것들이 나와서 맛있게 먹고 돌아온다. 집 근처에는 없어서 동경으로 가야 하는데 특별히 날을 정하고 가지 않으면 쉽게 가기 어렵다. 그래서 춘장을 사 와서 만들게 되는 것이다. 집에서 만들더라도 짜장면은 어렵다. 짜장밥이 된다. 시중에서 파는 면으로는 쫄깃쫄깃하고 윤기 나는 면을 만들 수 없어서 짜장 소스를 맛있게 만들었더라도 이상한 맛으로 바뀐다. 카레처럼 밥 위에 올려서 먹는 것이 훨씬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이다. 가족들도 밥에 올린 것이 더 맛있다고 이야기를 하고 있어서 집에서 만들 때는 면보다 밥하고 먹는다.

오랜만에 만나는 한국사람들이 "나 짜장면 병에 걸린 것 같다"라는 말을 하면서 웃을 때가 있다. 한국에서는 주위에 많은 가게들이 있어서 간단하게 먹을 수 있던 것을 일부러 찾아다니지 않으면 먹을 수 없는 음식이 되어, 지금 내가 살고 있는 곳이 외국이라는 실감을 하게 되는 때가 종종 있다. 어느 나라에 가든지 익숙해지면 사는 데는 어렵지 않은데 생각지도 않은 향수병에 걸리곤 한다. 한국 가게가 밀집해 있는 곳이 동경의 오쿠보(大久保)라는 지역인데 가려고 한다면 하루를 소비해야 하는 거리이다. 짜장면 값보다 전철비와 시간이 많이 드는 장소에 있어서 쉽게 가기가 어렵다. 

이번에 만난 한국사람에게 정말 맛있는 중국집이 있다고 소개를 받았다. 가족과 가보려고 한다.

 

 

반응형

'섬생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뿌리 채소  (0) 2022.12.14
태양열 판 설치 장소  (0) 2022.12.12
노래방의 위험성  (0) 2022.12.10
주택을 나누는 방법  (0) 2022.12.09
의료지원  (0) 2022.12.09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