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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생활

국적없는 요리

by 땡땡동산 2022. 12.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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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양념이면?

일본 생활이 길어지고 같은 곳에서 10년을 넘게 살다 보니 알게 된 이웃이나 일본인 친구들에게 자주 듣는 질문 중에 하나가 "집에서 무슨 요리를 해서 먹나요?" "김치를 매일 먹나요" "김치는 만드나요? 사서 먹나요" 등 사소한 것들을 묻곤 한다. 그때마다 나는 항상 같은 대답을 한다. "우리 집은 국적 없는 요리를 해서 먹어요. 한국도 일본도 아닌 저의 요리를 만들어요" 듣고는 모두 놀란 표정을 한다. 전혀 생각하지 않았던 답이 나왔다는 듯이 거기에 따른 다른 질문들을 하고 웃곤 한다. 

나는 정말로 국적이 없는 요리를 하고 있다. 한국식도 아니고 일본식도 아니다. 일본요리를 정식으로 배워본 적도 없고 많이 먹어보지도 못했다. 일본 전통요리의 맛을 제대로 모르고 있는데 집에서 만든다면 어떻겠는가?  나는 장금이가 아니므로 먹어보고 물어보고 해서 배운 다음 몇 번의 실패를 하고 나서 비슷한 맛을 흉내 내는 정도를 한다. 그렇게 해서 만든 음식도 우리 가족은 일본요리라고 하지 말고 그냥 엄마가 만들었다고 하면 맛있는데 무슨 요리라면 맛이 달라서 창피를 당할 수도 있다고 충고를 받았다. 그때 이후부터 나의 대답은 국적 없는 요리가 되었다. 그러면 반응이 좋고 칭찬을 받아서 기분도 좋아진다. 지금은 몇 개 정도는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일본에서 한국음식을 만든다는 것은 생각을 많이 해야 한다. 먼저 재료를 구할 수 없는 것들이 있고, 재료가 있다 하더라도 현지의 야채가 한국과는 다른 것들이 많아서 만들어도 같은 맛을 내기가 쉽지 않다. 비슷한 정도이다. 한국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김치재료를 보더라도 첫째로 배추가 다르다. 전체가 바다에 둘러싸여 있어서인지 모르겠지만 물이 너무 많아서 소금에 절이기 전후 차이가 크다. 배추 절이기도 몇 번의 실패를 거쳐서 지금은 괜찮은 정도는 되었다. 무도 마찬가지이다. 물이 너무 많아서 채를 썰어 나물을 할 때 실패하기 쉽고,  깍두기를 만들 때도 물을 적당히 빼서 하지 않으면 간이 스미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고 제대로 맛을 내기도 어렵다. 일본에서 사서 먹는 야채는 전체적으로 물이 많은 편이라서 생으로 먹을 때는 좋은 것 같다. 야채 샐러드를 해보면 야채 본연의 맛이 식감도 좋고 맛있다. 

우리 가족은 한 달에 몇 번은 김치찌개와 순두부를 하지 않으면 먹고 싶다고 노래를 부른다. 가족 모두가 좋아하는 음식으로 일부러 김치를 푹 익혀서 만들어 놓으면 감탄을 하면서 먹는다. 막내는 김치찌개에 가락국수 면을 넣어서 끓여주는 것을 좋아해서 자주 해주고 있다. 처음에는 맵다고 짜증을 내었는데 지금은 입맛을 내는 데는 최고라고 엄지손가락을 올려준다. 남편은 감기 기운이 느껴지면 순두부를 찾는다. 땀을 내면서 먹는 것이 도움이 되고 있는 것 같다. 우리 가족이 최고로 뽑는 음식 중에 하나가 곰탕이다. 소꼬리를 사서 끓이면 현관에서부터 난리가 난다. 좋은 냄새가 난다고 언제 먹을 수 있냐고 묻는다. 기다리는 시간이 길게 느껴진다고 한다. 큰 곰솥에 끓여서 일주일 정도를 먹는데도 마지막을 먹을 때는 아쉬워한다. 야외에서 끓이면  더 맛있게 되지만 환경이 환경이다 보니 가스불에 할 수밖에 없다. 일주일 정도를 끓이고 나면 가스요금이 몇천 엔이 올라간다. 만드는데 힘들고 피곤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가족 모두가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면 안 할 수가 없다. 이것은 확실히 한국음식이다. 

일본요리의 기본 맛을 내는 것이 간장이라면 한국요리는 소금으로 하는 것이 많다. 그래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일본요리를 먹어 보면 대부분이 단맛이 난다. 국물요리, 나물 요리, 샐러드에도 간장이 넣는 경우가 많다. 나라마다 특징이 있는 것들이 있어서 요리에 대해 특별한 고집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무엇이든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만들자'가 나의 생각이다. 조미료 없이 웬만한 것은 천연재료를 넣어서 만들어 집에서 먹는 것만이라도 건강을 지켜주고 싶은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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