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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생활

한 송이 장미

by 땡땡동산 2022. 11.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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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크기

사람마다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이 다양하다.

똑같은 영화, 책, 드라마를 보더라도 그때의 상황이나 감정상태에 따라 느낌이 다르고, 긍정적인 것을 먼저 보는 사람과 부정적인 것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또 표현하는 것도 가족과 가족이 아닌 사람에게 다른 경우도 있다. 거의 대부분의 사람이 비슷해서 옳고 그름을 나누기는 어렵다.

내 자랑을 하는 것 같아 부끄러움이 있지만, 나의 남편 이야기를 조금 하려고 한다. 감정표현이 서툰 사람이다. 겉으로는 굉장히 강한데 속은 여려서 나만 아는 귀여움이 있다. 그런데 딸들이 커가면서 아빠의 의외의 면을 알아채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아빠가 좀 이상하다고 하더니 지금은 아빠와 친구처럼 이야기도 잘해서 아주 쪼끔 질투가 날 때도 있다.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남편은 표현이 서툴다. 그런데 기념일을 잘 챙겨주는 사람이다.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것처럼 화려한 무엇이 아니라 내 생일은 물론이고 아이들의 생일, 결혼기념일이 되면 꼭 장미를 한송이를 사 온다. 처음에 받을 때의 기분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빨간 장미가 너무 아름다웠다. 조금은 쑥스러운 듯 내밀던 모습이 생생하다. 그 뒤부터 결혼 30년이 지난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한국에서 15년을 살고 일본에서 그 이상을 살고 있는데 말로 표현하는 것을 쑥스러워하면서도 꽃을 사 오고 있다. 화려한 주얼리나 명품백 등은 아니지만 남편의 마음이 담겨 있는 것을 안다.  꽃을 사려면 찾아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는 곳에 가게가 있다.  그런데도 잊지 않고 챙겨주고 있다.  가치 있는 것을 안 받아 봐서 이런 이야기를 한다고 한다면 변명은 없지만, 매년 이어지고 있는 이 작은 행복에 감사한다.  가끔 아이들은 이번에도 아빠가 꽃을 사 올까?  무슨 색일까?를 내기를 할 때도 있는데 또 다른 즐거움이다. 아이들도 보통의 아빠들이 하지 않는다는 것을 친구들에게 듣고는 특별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모든 면에서 자상하지는 않지만 감정표현이 서툴다는 것을 알고 아빠를 이해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그다지 비싼 선물은 아니더라도 기쁨이 넘친다. 다른 사람이 아닌 아빠가 사 온 것이라서 좋고, 남편이 사다준 것이라서 더 기쁘다.  어렸을 때는 아빠 같은 사람과는 절대 결혼 안 한다고 하더니 성장한 큰딸은 아빠 같은 사람이면 좋겠다고 한다. 이 정도면 나의 남편은 가정에서는 성공한 인생을 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은 어릴 때는 아빠랑 결혼한다고 해도 커서는 절대 안 한다고 하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는 반대이다. 이런 이야기도 남편은 말없이 듣기만 하고 있었다. 

나이가 들어가고 아이들도 점점 자라서 자립할 수 있는 어른이 되어가고 있지만 왠지 이 작은 행복은 계속해서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들이 적어지는 가운데 쌓여가는 기쁨의 추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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