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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생활

겨울비와 산책

by 땡땡동산 2022. 11.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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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비/산책

여기서는 자주 내리는 겨울비다. 춥기는 하지만 한국하고는 조금 다르다. 아침과 점심의 기온차가 커서 처음 일본에 왔을 때는 날씨를 적응하는 것도 힘들었다. 겨울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울 만큼 낮에는 따뜻하다가도 해가 떨어지면 급격히 온도도 떨어져서 갑자기 겨울이 되어 버린다. 한국에서는 경험해보지 않은 온도 차이라서 피부가 이상해지기까지 했다. 내가 살고 있는 곳은 한국의 경기도와 같은 지역이라서 혹한은 거의 없다. 대신 기온차가 커서 건강관리가 어렵다. 감기에 걸리기 쉬운 환경이다. 그래서 그런지 겨울인데도 밭이 있는 곳에는 초록색 야채들이 많이 보인다. 이것도 한국에서는 경험하지 못했던 것이다.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곳은 북쪽이라서 겨울이면 밭의 야채는 얼어버렸다. 겨울이 오기 전에 하우스 안에 굴을 파서 무나 배추를 묻어 두었다가 꺼내먹곤 했다. 

11월 하순의 계절을 지나가는 이곳은 낙엽이 쌓이고 있다. 곳곳에 예쁜 색들로 물들였던 나뭇잎은 떨어지고 도로변에 심은 각양각색의 국화꽃이 피어있어 독특한 거리를 만들고 있다. 특별히 은행나무가 즐비해 있는 곳은 노랗게 물든 은행잎이 떨어져서 황금물결처럼 보였다. 오늘처럼 비가 내리면 춥기는 하지만 빗방울이 낙엽 위로 떨어지는 것을 보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오늘은 빗방울이 낙엽 위에 떨어졌다 사라지는 것을 보다 돌아가신 할머니의 손등이 떠올랐다. 가끔이지만 할머니의 목욕을 도와드린 적이 있는데 쭈글쭈글한 손등에 물을 적시면 비닐장갑에 기름을 떨어뜨리는 것처럼 흘러내렸다. 피부에 물이 스미는 시간이 필요했다. 낙엽 위로 떨어지는 빗방울들이 그렇게 사라지고 있었다. 우산 위로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와 발에 밟히는 낙엽소리가 하모니가 되어 편안함을 주었다. 걷다 보니 추워서 종종걸음이 되어 버렸지만 늦가을의 정취에 한 것 취한 시간이었다.  늦가을의 정취를 쓸쓸함에 비유하는 노래가 많은데 오늘은 여유와 너그러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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