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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생활

초등학교 가방

by 땡땡동산 2022. 11.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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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가방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아이가 있다면 가족 모두가 마음이 바쁘다. 이런 현상은 나라를 떠나 똑같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특히 처음 학교생활을 위해 준비해야 하는 것들을 챙기다 보면 설렘과 기쁨 등 여러 감정이 있다. 적잖은 금액이 필요하지만 아이만큼 부모도 설렘이 있다.  일본도 입학을 하기 위해 준비하는 것들이 많이 있지만 그중에 가장 중요하다고 하는 것이 가방이다. 한국에서는 옛날 아버지들의 회상되는 영화나 드라마에서 봤을 디자인의 가방인데 "란도세루"라고 한다. 

보통 할머니, 할아버지의 입학선물이기도 한데 가격이 만만하지 않다. 만드는 회사마다 재질과 디자인에 따라 가격대가 다양하다. 한번 사게 되면 6학년 때까지 가지고 다닌다. 가죽 제품으로 재질이 워낙 좋아서 잘 망가지지 않는다. 

한국은 몇년에 한 번씩 유행이나 망가져서 바꾸는 경우가 많은데 비해 여기는 한번 사면 6년을 들고 다니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어서 입학 이후 가방에 대한 걱정은 없다. 다만 개구쟁이들 중 6학년쯤 가방끈을 끊어지는 경우가 있기도 한데 그때는 한국처럼 자유롭게 메는 가방을 사서 들고 다닌다.  가방이 워낙 비싸다 보니 학교 측도 얼마 남지 않은 학년을 두고 새롭게 준비하라고 하지 않는다. 그래도 아이가 내성적이어서 싫어하는 경우는 다시 사는 가정도 있다.  또 입학한다고 해서 모두가 새로운 가방을 사지는 않는다. 튼튼하게 만들어진 가방은 6년을 사용하고도 멀쩡해서 형제가 많은 경우는 동생에게 물려주기도 한다. 

우리가 처음 일본에 왔을 때는 가죽제품이 주여서 가방 자체가 무거웠다. 학교에 갔다 오면 어깨부분이 빨갛게 자국이 생길 정도였다. 지금은 기술도 발전되고 재질도 달라져서 경량으로 만드는 것이 많아졌다. 크기도 커지고 넓어지는 등 발전과 전혀 관계가 없을 것 같은데도 달라지고 있다. 또 예전에는 학교가방은 란도세루가 아니면 안 되었지만 지금은 평범한 가방도 괜찮다. 사립학교인 경우는 학교가 지정하는 가방이 있어서 꼭 지켜야 하지만 공립학교의 경우는 자유로이 결정할 수가 있어졌다.  외국인 가정이 늘어나면서 생각이 달라진 것이다. 

한번 사서 6년을 사용하는 것과 6년동안 몇 개의 가방을 사야 하는 것 중 어느 것이 나은 것인가 하고 묻는다면 정답은 없다. "한번 사면 6년이다" 라는 인식이 있어서 부모가 가방에 대해서는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어서 편리했다. 모양은 똑같지만 색깔이 다양해서 보는 것도 재미있고, 아이들이 점점 커가면서 아이보다 크게 보였던 가방이 작게 보일 때 아이의 성장을 느끼기도 한다. 지금은 다락 한구석에 색깔이 다른 가방들이 잠들어 있다. 성장해서 성인이 된 아이들을 보고 가방을 보면 감회가 새롭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난 어느 날 자신들이 사용했던 가방을 보게 된다면 아이들의 기분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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