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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생활

남편이 귀엽게 보일 때

by 땡땡동산 2023. 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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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트리 정리

한 해를 마무리하는 것으로 대청소가 있다면 시작을 알리는 것도 청소이다. 끝과 시작이 같은 것은 사람 사는 곳에서 생기는 당연한 것이 아닌가? 연말에 여기저기 찾아가며 대청소를 한 남편은 새해 다음날이 되면 크리스마스트리를 정리한다. 아이들이 점점 자라면서 크리스마스 트리에 대해 관심이 없어지고 있는데 반해 남편은 해마다 크리스마스트리를 장식하는 것을 멈추지 않고 있다. 막내딸도 자기는 이제 크리스마스트리는 되었다고 하는데도 순 남편의 고집이다. 다행히도 큰 딸이 이런 아빠의 심정을 알아주고 있는지 같이 꾸미기를 해주고 있다. 확실히 크리스마스트리가 있느냐? 없느냐? 에 따라 분위기는 다르다. 옹기종기 모여서 무엇을 하는 것이 아니더라도 빛이 주는 즐거움이 있다. 트리를 만들고는 별 관심이 없는 딸들을 대신해서 남편은 퇴근하면 트리 전등에 불을 켜는 것을 하고 있다. 정말 정성으로 하고 있어서 아이들은 아빠가 트리에 불을 켜는 것을 즐기기도 한다. 그래도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작지만 각자 준비한 선물을 트리 아래에 놓아둘 수 있어서 만족하고 있다. 트리에 매달아 놓은 카드를 보는 것, 작은 선물에 기뻐하며 웃을 수 있는 지금의 생활이 행복하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 아이들이 하나씩 출가를 하면 또 다른 그림이 되겠지만 지금 남편이 준비해 주고 있는 이 환경이 좋다.

크리스마스가 끝나고 새해가 오면 한달동안 우리집을 빛나게 해준 크리스마스트리를 정리하는 것도 남편의 몫이다.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다. 환갑이 넘은 나이에 혼자서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담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소년의 얼굴을 하고 있다. 남편이 트리에 불을 켤 때, 트리 아래에 선물을 놓아둘 때, 트리를 정리할 때의 모습에서 설렘을 읽는다. 남편에게 어떤 기분으로 하느냐고 물어보고 싶을 때도 있지만 묻지 않는다. 지금 이런 시간들이 오랫동안 지속되길 바라는 마음뿐이다. 생일 같은 기념일은 한 사람을 위해 준비하지만 크리스마스는 모두를 위해 준비하는 것인 만큼 더 즐겁고 기쁨이 크다. 그만큼 웃음도 많다. 내년에는 어떤 기쁨이 늘어날까? 기대하면서 한해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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