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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생활

고추장

by 땡땡동산 2022. 1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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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큰 사람

일본에서, 고추장을 담근다는 것은 정말로 쉬운 일이 아니다. 재료의 문제도 있지만 고추장이라는 것을 하겠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다. 그런데 이곳에서 만난 친구는 해마다 고추장을 담그고 있다. 그것도 자기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주위에 많은 사람들에게 나눠주기까지 한다. 한국에서는 고추장을 판매하는 회사가 많아서 입에 맞는 것을 골라 사서 먹어도 되고, 전문적으로 만들어주는 곳에 부탁해도 되지만 여기는 한국에서 들여온 것을 사서 먹는 것이 대부분이다. 어느 날 친구가 고추장을 담근다고 시작하더니 이젠 장인이 되었다. 덕분에 해마다 직접 담근 고추장을 공짜로 받아먹고 있다. 

고추장을 담기 위해서 한국에 계신 어머니께 고춧가루를 부탁해서 들여온다. 다행히도 천일염 소금은 일본에 많이 들어와 있어서 구입이 쉽다. 그 외의 재료도 대부분이 있어서 준비는 어렵지 않다. 준비가 되었다 하더라도 고추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용기도 필요하다. 큰 양동이가 없어서 어려웠는데 이제는 전용 용기가 있다. 1년에 한 번 연중행사로 하고 있다. 

처음에는 다같이 모여서 연구하고 먹고 또 먹어보면서 만들었는데, 이제 친구는 고추장 달인이 되었다. 점점 색깔과 품질이 좋아지고 있다. 기계가 있는 것도 아니라서 손으로 계속해서 저어야 하는 것이 제일 큰일이다. 근육통이 며칠은 간다. 

이렇게 수고를 해가면서 만든 고추장을 근처에 사는 한국분들에게 나눠주기까지 한다. 힘들게 해서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같이 나눠먹으면 좋잖아"했다.  이 친구는 마음이 큰 사람이다. 누구나 할 수 없는 일을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받는 사람이야 양이 얼마 안 되니 가볍게 생각할 수 도 있지만,  같이 타국에서 살면서 느끼고 있는 마음의 빈구석을 채워주는 사람의 정이고 위로이다. 누구나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 주위에 살고 있어  복을 받은 나는 덤으로 정과 위로를 받고 있다. 

올해도 퇴근을 하고 집에 와보니 고추장 한통이 덩그러니 주방에 놓여 있었다. 올해는 배달까지 해줬다. 

나는 직접만든 고추장을 알고 있는 일본 사람에게 주곤 한다. 많은 양은 아니지만 판매하는 것만 먹어보고도 좋아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적게나마 직접 만든 고추장 맛을 알게 해주고 싶기 때문이다. "이건 친구가 직접 만든 고추장입니다"라고 이야기하면서 준다.  너무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

나는 정말 복이 많은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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