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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생활

맨션 1층에 사는 보너스

by 땡땡동산 2023. 1.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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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정원, 텃밭

내가 한국에서 살던 곳은 엘리베이터가 없는 5층짜리 주공아파트였다.  넓지는 않았지만 우리 가족이 살기에는 충분했다. 이웃에 살고 있는 주민들도 친절하고 이해가 넓은 사람들로 아이들이 떠들어도 이해를 해주었다. 그때 유치원, 초등학생들이었던 이유도 있었지만 좋은 사람들이 많았다. 그곳에서 아이들이 밝게 성장하고 있었다. 아이들은 지금도 가끔 아파트에 있던 놀이터를 떠올리며 이야기를 할 때가 있다. 비록 희미하지만 기억에 남아 있다고 한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였는데도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는 것이 신기하고 놀랍다. 

지금은 일본의 맨션에서 살고 있다. 맨션 1층은 작은 정원을 이용할 수 있다. 처음에는 층간의 소음을 걱정하고 1층을 선호했다. 외국인인 내가 아이들의 소음으로 이웃 간의 충돌을 피하고 싶은 마음과 아이들에게 스트레스를 주지 않고 자유롭게 성장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장소를 만들어 주고 싶은 생각도 있었다. 거기에다 남편이 단독주택의 정원을 가지고 싶어 하는 로망을 참작해서 타협을 한 곳이었다. 한국에서는 1층의 녹지를 개인이 이용하는 것을 본 적이 없어서 낯설었지만 일본에서는 희망하는 사람은 이용이 가능하다. 만약 1층에 살더라도 정원을 이용하지 않겠다고 관리실에 연락을 하면 관리하는 곳에서 정기적으로 잡초를 제거해 준다. 우리는 아이들이 놀 수 있는 장소로 만들었다. 잔디를 깔고, 장미꽃을 심었다. 그리고 한구석을 비워서 텃밭을 만들었다. 잔디를 깐 정원은 남편이 관리를 하고, 텃밭은 내가 관리를 하도록 구역을 나누었다. 정원에는 매년 장미꽃 외에도 작은 철쭉꽃, 벚꽃이 시간의 간격을 두고 피어서 보는 즐거움이 있다. 내가 관리하는 텃밭은 정말 작다. 나는 그곳에 부추와 파를 심어서 잘 사용하고 있다. 또 봄이 되면 미니토마토와 오이를 심는다. 성장해서 첫 수확을 할 때는 정말 행복하다. 전문가처럼 많은 양은 아니지만 한그루라도 우리 가족이 즐기기엔 충분하다. 직접 가꾸었다는 자랑도 있지만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장점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정원으로 나가서 빨갛게 익은 토마토를 아무렇지 않게 따서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 사계절동안 파는 언제나 텃밭에 있다. 시기가 바뀔 때마다 위치를 조금만 바꿔주면 해마다 싱싱한 것을 먹을 수 있다. 이것이 나에게 가장 큰 즐거움이다. 요즘 파가 많이 비싸져서 정원의 파를 볼 때마다 기쁨이 더 크다.

우리의 정원은 사계절이 좋다. 많은 것이 있거나 화려하지는 않지만, 봄이 되면 따뜻한 햇빛이 내려와 싱그러움과 안정감이 있고, 비가 내리면 잔디로 떨어지는 비의 낭만을 즐길 수 있다. 또 크고 작은 꽃들이 피고 진다. 가끔이지만 도마뱀이 나와서 깜짝 놀라기도 하지만 멀리 나가지 않다도 쉴 수 있는 공간이다.

일본에 와서 생활할 계획이 있는 분이 있다면 이런 곳도 있다는 것을 참고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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