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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생활

모래시계

by 땡땡동산 2024. 10.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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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시간들

쇼핑을 하다 보면 그냥 발길이 멈출 때가 있다. 무엇을 사려는 생각이 들어서가 아니라 무의식에 가까운 멈춤이다. 나만 그런지 모르겠지만 꼭 정해놓고 쇼핑을 하지 않더라도 눈으로 둘러보는 윈도쇼핑에서 가끔 멈춰 서서 만지작 거리는 것이 모래시계이다. 요즘은 모래의 색깔도 다양하고 모래시계의 유리 크기도 종류가 많다. 단순하게 바닷가의 모래사장에서 볼 수 있는 갈색 또는 흰색의 모래가 많은 가운데 파스텔톤의 고운 색깔 모래들이 진열되어 있는 곳에서 한참을 서 있곤 한다. 내가 모래시계를 뒤집을 때마다 빠르게 떨어지는 모래를 생각 없이 몇 번이고 뒤집어 보다가 발길을 옮길 때도 있다. 지금도 어쩌다가 가는 쇼핑에서 다양한 종류의 모래시계를 보게 되면 발을 멈춘다. 무슨 병일까?

어느 분의 강연에 참석해서 듣고 있을 때 강연자 분이 '당신의 모래시계는 얼마나 남았습니까?' 하는 질문을 했다. 처음에는 무슨 말인가 했는데 각자의 수명을 모래시계로 비유해서 질문을 한 것이다. 이 질문을 받고 뒤퉁수를 한방 먹은 것 같은 통증을 느꼈다. 참 많은 시간 동안 모래시계를 만지작 거리면서도 3분, 5분 정도의 멍 때리기를 주로 하는 모래시계였던 나는 인생이란 커다란 테마를 수명과 연결해서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다지 크지 않은 모래시계를 뒤집으며 정말 나의 인생모래는 얼마나 남은 걸까? 

몸이 아프거나 우연한 사고를 목격하거나 하면 인생 별거있나 건강한 것이 최고지,라는 말을 할 때가 있다. 그러면서도 죽음과는 연결하지 않으려는 것이 보통이다. 나도 그랬다. 유방암 진단을 받고, 수술과 독한 항암치료를 하면서도 죽음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으려고 했다. 나는 아직 아니다. 그리고 할 일, 해야 할 일이 많다. 등등 합리화를 시켜가며 자신을 위로하고 다독이고 격려했다. 태어나고 죽는 것은 하늘의 뜻인데 본인의 의지를 더해서 수명을 연장하려고 했다. 나름 낙천적인 성격이라고 생각하며 살고 있었는데 점점 나이가 들면서 못한 것들에 대한 아쉬움이 있다. 이런저런 것들 다 잊고 앞만 보고 가는 분들도 있지만, 나처럼 자신에게만 낙천적인 사람은 가슴 한구석에 앙금이 남아있어 더 나이가 들기 전에 꺼내 보라고 누군가 속삭이는 것 같다.

남편이 라면을 끓일 때 사용하는 3분짜리 모래시계를 내려다 보면서 '내 모래시계는 얼마나 남아있을까?' '나는 무엇 때문에 모래시계만 보면 발길을 멈추었던 걸까?' 등 산만한 생각 속에 자책, 아쉬움, 해보자, 할 수 있다 까지 나이를 잊는 상상나래를 펼쳤다. 사람의 수명을 모래시계로 보면 얼마나 빠르게 흐르는지를 볼 수 있다. 초침이나 숫자, 날자로 느끼는 것과 다르다. 작은 모래들이 잡을 수 없는 속도로 흘러내린다. 나의 인생이 이렇게 빠르게 흐르고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달으며 더 소중하고 값진 시간들로 채워보고 싶어졌다. 여러분들도 시간을 초침이나 분침, 날자 말고 모래시계로 한번 바꾸어서 봐 보세요. 정말 빠르게 흘러내리는 것을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우리의 시간은 이렇게 흘러갑니다. 모래시계처럼 순식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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