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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생활

벚꽃

by 땡땡동산 2023. 4.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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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움을 달래며

해마다 우리 집에서 제일 먼저 봄을 느끼게 하는 것이 한그루의 벚꽃 나무이다. 벚꽃나무에도 종류가 다양해서 피는 시기가 조금씩 다르다. 같은 종류라도 기후에 따라 추운 지방의 경우가 남쪽보다 늦게 피기 시작하지만 우리 집에 있는 벚꽃은 가장 빠르게 피는 꽃이다. 그래서 본격적인 벚꽃 계절이 오기 전보다 일찍 펴서 우리 가족에게 기쁨을 주곤 했다. 그런데 올해는 기다려도 피지 않았다. 해마다 보는 즐거움과 사진 찍는 낙이 있어서 기대하고 있었는데 꽃봉오리를 터트리지 않아서 올해는 피는 시기가 늦나 보다 하는 생각으로 기다렸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벚꽃이 만발한 때에도 피지 않고 있어서 남편에게 왜 올해는 벚꽃이 안 피는 지를 물어보았다. 들은 소식은 너무나 깜짝 놀랐다. 벌레가 벚꽃나무에 있었다고 한다. 정원관리를 남편이 하고 있어서 잘 알지 못했던 나는 지금까지 없던 일이 왜 생기게 되었는지 물어보았다. 오래된 나무에게 벌레들이 많이 생기게 되는데 우리가 늦게 발견을 하게 되어 벌레에 대한 퇴치시기가 벚꽃 봉오리가 생길 즈음으로 만개가 안되고 그대로 말라버린 것이다. 사람과 다른 의미로 마음이 아프고 아쉬웠다. 흙과 풀들로 가려져 있어서 벌레가 잘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발견했을 때는 밑동의 상당 부분을 벌레가 갉아먹어서 벗겨져 있었다. 껍질이 벗겨지고 벌레가 파 먹어서 흉한 모습이다. 그것도 모르고 언제 꽃이 피나 하고 기다렸던 게 미안해졌다. 

우리 집 벚꽃은 핑크색이 너무 예쁘고 아름답다. 해마다 벚꽃이 피면 친척들에게 올해도 예쁜 벚꽃이 피었다고 사진을 찍어서 자랑을 하곤 했다. 또 아이들과 기념사진을 찍어 우리 가족만의 벚꽃놀이를 하며 즐겼다. 주위에 피는 벚꽃이 은은한 핑크라면 우리 집 벚꽃은 싱그러움과 활력을 담은 핑크색이라서 더 아름답게 보인다. 주위에 사는 이웃사촌들에게 자랑을 하곤 했는데 올해는 아쉬움과 아픈 마음이다. 

벚꽃은 지면서 초록색 잎이 자란다. 벚꽃의 또 다른 아름다움이다. 벚꽃이었을 때도 좋았지만 초록잎이 무성한 벚꽃나무도 너무 좋다. 시원한 그늘과 서늘한 바람이 있고 벚꽃이 없는 길을 많은 사람들이 걷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벚꽃나무의 또 다른 매력이라는 생각이 든다.  벚꽃으로 유명한 곳에 가거나 주위에 있는 아름다운 벚꽃나무를 보면 오랜 세월의 흔적을 만날 수 있다. 가지가지 사이로 벌레가 먹거나 바람에 갈라져 잘려있거나 하는 것들이 있다. 그런데도 새로운 가지에서 해마다 아름다운 꽃을 피워 행복하게 해주고 있는 것이다. 

나는 우리 집 벚꽃나무가 내가 암이라는 병을 극복했듯이 잘 이겨내고 다시 살아주었으면 좋겠다. 나쁜 세포라고 할 수 있는 벌레는 없애고 지켜보고 있는 중이다. 금방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 같은 모습을 하고 있지만 아주 조금씩 싹이 자라기를 기다리고 있다. 세탁물을 건조하기 위해 베란다에 나가면 보게 되는 나무에게 무언의 주문을 외워준다. "파이팅" 그리고 "기다리고 있을게" "내년에 꼭 다시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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