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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생활

개나리꽃

by 땡땡동산 2023. 4.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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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담장

길가를 지나다 보면 향수를 부르는 것들을 가끔 만날 때가 있다. 어디를 가나 크게 다를 것은 없지만 예상하지 못한 것을 보게 되면 놀라게 된다. 일본에 살면서 크게 불편한 것은 없다. 음식은 요즘 한국재료를 여기저기서 판매하고 있어서 쉽게 구입하여 내가 좋아하는 것을 만들어 먹으면 되고, 주위에 한국사람들이 몇 명 있어서 가끔 만나서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하다 보면 일본인지 한국인지 생각 안 하고 지내도 된다. 그런데 잊고 있었던 풍경을 보게 되면 가슴 밑바닥에 있던 그리움이 올라오게 되는 경우가 있다. 개나리꽃이 그중의 하나이다. 

일본에서 개나리꽃은 흔한 꽃이 아니다. 집 주변에는 동백꽃, 철쭉, 벚꽃, 장미 등이 주로 보인다. 내가 사는 집 근처의 주택가에 개나리꽃으로 담장을 한 곳이 있어서 처음 보았을 때는 깜짝 놀랐다. 지금은 해마다 봄이 되면 기다린다. 다른 사람들은 봄을 알리는 벚꽃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지만 나는 그 집의 담장을 본다. 노란 개나리꽃 담장은 정말 예쁘다. 개나리꽃이 피어있는 기간이 그다지 길지는 않지만 오가며 보는 나에게는 큰 기쁨이다. 

한국의 개나리꽃은 담장보다 하천, 야산에 많이 피어있었던 기억이 난다. 개나리꽃 특유의 긴 가지에 노란 꽃을 늘어트린 멋들어진 모습과 군락을 이루어 피어있어 멀리서 봐도 노란색 꽃의 아름다움이 도드라져 보였다. 봄에 한국을 방문한 사람들이 한국의 개나리꽃을 기억하고 인상적이었다는 이야기를 하는 분을 만나기도 한다. 나는 개나리꽃의 제일 큰 장점은 길게 늘어지는 가지라고 생각한다. 노란 개나리꽃이 강가의 경사에 긴가지를 자랑하듯 활짝 피어 뽐낸 군락지는 볼 때마다 감탄을 하게 했다. 어렸을 때부터 많이 봐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꽃이기도 하다. 봄의 일본은 어디를 가나 벚꽃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한다. 그만큼 벚꽃의 명소도 많고 유명한 곳이 아니더라도 곳곳에 많이 피어 있어서 멀리 가지 않아도 감상할 수 있는 곳이 많다. 그래도 나는 비록 남의 집 담장일지라도 개나리꽃을 보게 되면 반갑고 기분이 좋아진다. 나에게만 마법을 주는 꽃인 것이다. 담장에 맞는 모양으로 잘려서 긴가지의 개나리꽃은 아니지만 담장옆을 지날 때는 눈이 쉽게 돌아가지 않는다. 짧은 기간인 만큼 눈에 가득 담고 싶은 마음이다.

남의 담장에 피어 있는 것을 보기만 했는데 우리집 정원에 심어보고 싶어졌다. 그다지 넓지 않은 정원이어서 이것저것 심을 공간은 없지만 자신의 아름다움을 마음껏 뽐내지 못하는 아쉬움을 펼쳐보고 싶다. 너의 진짜 멋진 모습을 알려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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