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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생활

자전거 등록제도

by 땡땡동산 2023. 2.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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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를 도난당하다

일본은 자전거를 살 때 일정금액(6백엔)을 내면 자전거 고유번호를 받을 수 있다. 이것은 의무는 아니지만 만의 하나를 대비해서 자전거를 판매하는 곳에서는 꼭 등록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등록을 하기 위해서는 성명, 성별, 생년월일, 집주소, 연락처를 기록한다. 이 내용은 자동으로 경찰서에도 공용으로 등록되게 된다. 처음 자전거를 샀을 때 이런 제도가 얼마나 역할을 해주고 어디까지 도움이 될까 하는 의심을 했다. 하루에 수많은 자전거가 판매되고 없어질 텐데 어떻게 관리가 되는 걸까 하는 의문을 품고 있는데 남편이 등록을 하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오토바이, 승용차 이외도 이런 등록제도가 있다는 것이 새롭고 신선했다. 그 후부터는 남편이 없어도 아이들의 자전거를 살 때마다 등록을 하게 되었다. 몇 대의 자전거를 샀지만 특별한 일없이 사용하고 오래된 것은 수거하는 분들에게 보내기도 했다. 

생각지도 않은 일을 당하고 나면 뒤퉁수를 강하게 제대로 맞은 느낌이다. 수년동안 몇 대의 자전거를 사서 이용하고 버리고 했지만 도난은 처음이었다. 일요일 아침 딸이 동아리 활동을 위해 도시락을 준비해서 나갔다가 다시 돌아와서 "엄마 자전거가 없어" 하는데 무슨 소리인지 처음에는 어벙벙하게 있었다. 세워둔 곳에 자전거가 없어서 나갈 수가 없다는 말을 반복하는 딸을 보다가 자전거를 세워놓는 곳에 가 보았다. 정말 없었다. 너무 황당해서 헛기침이 나왔다. 남편도 확인하고 맨션관리자와 경찰에 신고를 했다. 동아리 일정이 있는 딸은 차로 배웅을 해주고 돌아와서도 헛웃음이 계속 나왔다. 졸업을 한 달 남겨두고 자전거를 잃어버리게 된 것도 문제이고 당장 월요일부터  학교를 가야 하는데 등교가 문제가 되었다. 여기는 외곽지역이라서 자전거를 타지 않으면 등교거리가 멀어서 등교하는데 불편함이 많았다. 학교에서 지정해 준 구역 중에서 먼 거리에 속해 있어서 자전거 등교를 허락받고 이용하고 있었다. 새로 산다면 3-4만엔(35만원) 정도가 필요하고 무엇보다도 졸업이 한 달 정도 남아 있어서 새로 산다는 것이 돈이 아깝기도 해서 마음이 바빠지고 머리가 복잡해지고 있었다.

이웃사촌들에게 갑자기 당한 소식을 전하고 남는 자전거를 수소문했다. 나도 일을 하는 사람이라서 아침등교는 해줄 수 있어도 하교시간을 맞출 수가 없었다. 학교가 끝나는 시간에 나는 일을 하는 때라서 어려웠다. 내가 타고 있던 자전거는 일본에 왔을 때 산 것이라서 너무 낡아 아이가 타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다행히도 이웃들이 흔쾌히 빌려 준다는 소식을 전해줘서 안심하게 되었다.

외출을 했다가 돌아오니 남편이 통화를 하고 있었다. 경찰이었다. 잃어버린 자전거를 찾았다는 소식이었다. 너무 놀라서 통화를 하는 남편 옆에서 소리를 질렀다. "정말"이냐고,,, 정말이었다. 집하고 꽤 먼 곳에서 발견되었다. 경찰의 설명에 의하면 어느 농가의 주인이 본인의 것이 아닌 자전거가 논두렁에 버려져 있어 이상하다고 생각되어 신고를 했다는 것이다. 경찰은 자전거에서 등록된 고유번호를 보고 추적해 집으로 연락을 한 것이었다. 더불어 자전거 상태가 좋지 않다는 이야기도 전해줬다. 경찰과 시간을 약속하고 남편이 자전거를 찾으러 갔다. 밤늦게 돌아온 자전거의 상태는 엉망진창이었다. 흙투성이에 뒤의 바퀴가 펑크였다.  다행히도 남편이 수리를 할 수 있는 상태인 것이 감사했다. 

자전거를 사면서 등록을 할 때마다 이것이 사용될 날이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곤 했다. 그래도 안 하면 또 불안해서 습관적으로 등록을 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요긴하게 잘 사용될지는 몰랐다. 몇 대의 등록비를 한 번에 보상받았다. 그리고 운도 좋았다. 등록을 했지만 도난을 당해도 찾지 못하는 경우도 많이 있어서 우리는 정말 운이 좋았다는 생각을 했다. 유비무환(有備無患)이라는 4자성어를 다시 새기 된 계기도 되었고 설마 하는 짧은 생각은 일어날 수 있는 것으로 미리 대비책을 마련해 놓는 것이 현명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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