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가득 담아
어느 부모가 자녀가 건강하게 성장하는 것을 바라지 않을까요?. 나라마다 자녀의 건강을 바라는 마음과 기리는 방법은 다양하다. 우리나라는 붉은색이 나쁜 기운을 물리치게 한다는 것이 전해 내려온다. 나의 어머니는 형제들이 열 살이 될 때까지 수수팥떡을 해주셨다. 수수와 팥의 붉은 색깔이 나쁜 액을 물리쳐서 나쁜 병에 걸리지 않고 건강하게 성장하게 하여 좋다는 말씀을 하셨다. 부모님 세대에는 어렸을 때 죽는 경우가 많아서 열 살까지 무사히 성장하면 나쁜 액의 영향을 받지 않게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계셨다. 그래서 생일이 되면 미역국과 수수팥떡을 먹었다.
일본에서는 아들과 딸에게 하는 것이 다르다. 매년 3월 3일은 "히나마츠리"라는 독특한 날로 여자 아이의 건강한 성장과 행복을 기원하며 '히나 인형'을 장식하고, '지라시 스시'라는 예쁜 색깔의 초밥, 쌀가루에 색을 넣어 만든 '히나 아라레'라는 쌀과자, 녹색, 백색, 분홍색 물을 들여 만든 '히시 모찌'를 먹는다.
"히나 인형"은 처음에는 짚이나 종이를 인형으로 만들어 강에 띄어 액을 멀리 보내버리는 의식으로 했었는데 시대가 바뀌면서 소재가 점점 고급스러워지고 집에서 장식을 하게 되었다. 여자 아이가 있는 집은 크고 작은 히나 인형이 하나쯤은 있다. 조부모가 손녀들을 위해 선물을 해주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인형의 크기에 따라 가격대의 상당한 차이가 있다.
"히나 아라레" 는 알록달록한 방울 모양의 쌀과자이다. 수많은 날들, 일 년 내내 건강하게 자라라는 의미가 있다.
"히시 모찌"는 흰색, 녹색, 분홍색으로 만든 떡이다. 흰색은 순백, 녹색은 신록, 분홍은 장수와 건강을 의미한다. 히나 마츠리날이 되면 슈퍼의 장식이 분홍빛으로 가득하다. 분홍은 복숭아꽃으로 아름다움과 액운을 막고 장수를 하게 하는 운이 좋은 식물로 지금도 복숭아꽃을 장식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지라시 스시"는 히나 마츠리를 축하하는 대표적인 전통적인 음식이다. 밥에 식초, 설탕, 소금을 넣어 간을 하고, 연근, 버섯에 간을 해서 넣고 버무린 다음 연어알, 달걀지단, 맛살, 새우, 무순 등으로 장식을 한다. 여자 아이를 위한 날이니만큼 장식도 화려하고 맛도 새콤달콤하다.
히나 마츠리를 위해 부모들은 많은 것들을 준비한다. 특히 자녀가 어리면 어릴수록 더 많은 관심과 애정을 받는다. 일본에 와서 처음으로 이 문화를 접했을 때는 실속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장식을 위해 몇십, 몇백이 되는 인형을 사고, 화려한 음식을 만들고 하는 것이 겉치레처럼 느껴졌다. 시간이 지나서 손녀를 향한 마음, 무탈을 바라는 부모의 심정이 담겨있는 뜻을 알게 되고 한국에서 부모님이 해주셨던 수수팥떡의 의미와 같음을 알게 되었다. 건강하게 자라서 예쁜 가정을 꾸미고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은 나라도, 빈부도 전혀 상관없이 똑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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